투정하는 아이 바로잡는 육아꿀팁 5종

시내 중심가의 거리 한복판. 3살 남짓한 남자아이 하나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생떼를 부리고 있다.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은 한 손으로 자전거를 붙들고 제발 집에 가자고 아이에게 애원하다시피 했다. 아이의 악쓰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커져만 갔다. 행인들은 모자에게서 저만치 떨어져 걸으며 피했고, 근처 가게들은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아버렸다. 마침내 엄마는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어린 아들에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껏 악을 내지르던 아이는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에 신문 가판대마저 셔터를 내렸다. 아들 앞에서 파르르 떨던 엄마는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flickr/Mindaugas Danys

과거나 지금이나, 육아는 끝이 없는 논쟁거리였다. 고대 역사 자료를 찾아보면, 그때도 역시 '요즘 아이들은 맹랑해서 가르치기 어렵다'는 내용의 기록이 전해진다. 어느 시대나 그렇다고는 하나, 현대 육아에 -굳이 부모 자녀 간의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적어도 엠마 제너에 따르면 그렇다. 

엠마 제너는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 <수퍼내니>의 미국 버전인 <테이크홈내니>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육아 전문가다. 그녀의 저서 <침착하게 육아하라>(Keep Calm and Parent On)에 실린, 오늘날의 육아가 위기를 맞이하게 된 이유 5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더는 촌락 중심의 사회가 아니다

오래전 어린이 영화만 보더라도 시대가 달라진 걸 알 수 있다. 유모가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귀를 세게 잡아당기고, 버스 운전기사가 호통을 치고, 관리인 아저씨가 축구공을 빼앗아 지하실에 숨겨버리는 장면 등. 이런 아이들에 얽힌 일화는 이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엔 말썽부리는 아이들을 향한 이웃 어른들의 훈육과 가르침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전형적인 대도시의 핵가족 형태가 발달하면서, 아무에게나 함부로 내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학교 교육도 급격히 달라져, 이제는 훈육의 낌새만 느껴져도 부모들이 달려와 교사에게 호통을 치는 시대가 왔다. 결국, 아이들 교육은 고스란히 부모의 책임이 되었다. 마트 계산대에서 갑자기 떼쓰기 시작하는 아이를 보고도, 아무도 이를 야단치며 부모를 돕지 않는다. 결국, 부모는 경멸에 찬 따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말 안 듣는 아이를 데리고 허둥지둥 자리를 뜨기 바쁘다. 

twitter/APM

2. 너무 많은 걸 참고 넘어간다

아이들은 누구나 실수하고 말썽을 부리며 자란다. 그래서 '아이'인 것이지만, 엠마 제너는 엄중히 경고한다. 아이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게 문제라고. 부모를 비롯한 모두가 괴로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니까 하는 마음에 넘어가 버리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사실 이런 논리는 자녀 교육에 부모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아이에겐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제너는 힘주어 말한다. 배우는 범위엔 남을 존중하는 태도나 자세도 포함된다. 명색이 부모라면, 자녀를 가르칠 줄 알아야 한다. 

twitter/cmbenvenuto

3. 불편함을 생략한다 

마음이 바쁘고 급한 탓일까. 요즘 아빠, 엄마들은 자녀 돌보는 일을 가능한 한 빨리 해치우려고 안달이 나 있는 듯하다. 곧 식사 시간인데, 아이가 배고플까 봐 손에 간식부터 쥐여준다. 식당 앞에서 대기표를 받고 기다릴 때면 아이가 지루해할까 봐 바로 태블릿으로 뽀로로를 틀어준다. 장시간 차를 탈 일이 있으면 처음부터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선곡해 들려준다. 엠마 제너는 이에 대해 뭐라고 할까. 사소한 불편을 느낄 새도 없이 원하는 걸 곧바로 받아내는 아이는, 이후 크고 버거운 불편을 감수할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눈썰매를 탈 때 헬멧을 씌우듯, 오늘날의 부모는 모든 잠재적인 위험과 불편 요소를 사전에 모조리 제거하고 시작하길 원한다. 이런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아이는 이후 닥칠 고난에 맞서 싸우고 이겨내기 어렵다.

flickr/Steve Paine

4. 아이를 어려워 한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전달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자의식을 함양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아이들의 실제 삶은 어떠한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졸업까지, 아이들의 하루는 완벽에 가까울 만큼 계획적으로 빼곡히 짜여 있다.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며 방과 후 시간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이대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설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계획에 따라 수동적으로 배우는 데 그치게 된다. 바쁜 하루에 힘들고 지치진 않을까, 이를 본 부모의 마음이 아프다. 결국,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걸 모두 들어주고, 아기 보듯 조심스레 모든 걸 감싸 안으려 한다. 이를 통해 느는 건 아이의 끝도 없는 투정과 부모의 양어깨에 걸린 부담뿐이다.     

twitter/kylegriffin1

5. 부모 스스로가 원하는 바를 무시한다

제너는 아이가 가족의 중심에 있어야 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간혹 지나친 부모가 있다는 게 문제다. 아이 생각에 부부 관계나 개인사를 포기할 정도로 지나친 보살핌은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아이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는 부모가, 결국 자기와 같이 원하는 바를 양보하기 싫은 인간임을 배워야 한다. 일찍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이를 깨우쳐야, 이후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탈이 없다. 

flickr/Ryan and Sarah Deeds

지금까지 엠마 제너가 펼친 흥미로운 육아론을 살펴보았다. 사실 육아에 있어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에 적힌 그대로 따르며 이를 실생활에 100% 적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제너의 주장을 참고하되, 주어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판단으로 아이들을 올바로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결국, 아이를 위해 최고를 고집하는 게 부모 마음 아닐까. 제너가 짚어본 5가지 근거를 토대로 많은 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육아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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