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에서 파란 눈까지, 대부분 정상인 줄 아는 유전자돌연변이 현상 8가지

오늘의 주제는 유전자돌연변이입니다. 유전자돌연변이란,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유전자를 이루는 DNA의 구조에 변화가 생겨서 유전자의 형질이 변한 것을 뜻합니다. 어제 배운 영단어의 철자 순서를 마구 뒤섞어보세요. 전혀 다른 의미가 되거나 아예 단어 자체를 이해할 수 없게 되죠. 유전자돌연변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돌연변이가 늘 파괴적인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단히 흔한 종류도 있고, 진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있죠. 중요한 건, 변이 현상이 랜덤으로 나타나므로 정상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개중엔 유전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으며, 체세포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와 무서운 암으로 발전하는 것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에 특정 능력을 부여하는 놀라운 종류도 있죠. 아래 소개할 신체 특징 8가지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엄연히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돌연변이입니다. 시작해볼까요? 

1. 붉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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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엔 빨간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난 여성을 마녀로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흔치 않으며, 개성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죠. 신기하게도, 빨간 머리카락은 아일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검은색 유멜라닌 색소의 비활성화를 유발하는 유전자에 의해 나타나며, 이에 따라 금발 혹은 빨간머리의 특징을 갖게 됩니다. 

2. 유당 분해력

한국에서 비교적 흔한 유당알러지는 돌연변이 현상이 아닙니다. 되려, 유당 분해력을 갖춘 사람이 돌연변이에 속합니다. 유당알러지를 유발하는 모유는 갓난아기의 영양 공급을 위한 식품이므로, 좀 더 자란 뒤에는 사실상 필요가 없죠. 따라서, 나이가 들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모유 및 유제품의 분해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서양의 경우는 다릅니다. 구석기시대와 가축이 도입된 시대 사이에, 우연히 (반가운) 돌연변이가 나타나 성인도 동물에서 얻은 우유를 영양 공급원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술 마신 뒤 얼굴 빨개짐

Flickr/Alisha Vargas

술 마신 뒤 빨개지는 얼굴로 인해 신경쓰인 적이 있나요? 이는 ALDH2-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알코올 흡수 후 얼굴의 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되며 나타나는 현상이죠. 와인 한 잔 걸치고 나타나는 홍조는 대체로 인체에 무해하나, 알코올 분해력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에도 나타나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체내 유입된 독소를 분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며,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상의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 있죠. 음주 후 두통 및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으십시오. 

4. 파란 눈

서양에서 파란 눈은 꽤 인기가 있습니다. 파란 눈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6,000년에서 10,0000년 전 사이에 나타난 돌연변이 현상으로,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갈색 눈을 가졌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멜라닌 색소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며, 근소한 차이로 푸른 눈이나 회색 눈이 되기도 합니다.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 지역에선 자외선 차단을 담당하는 멜라닌의 양이 중요치 않아, 밝은 색의 눈이 타 지역보다 흔합니다. 그 뿌리를 추적해보면, 결국 한 사람에게 나타난 돌연변이에서 파생된 거라고 볼 수 있죠. 

5. 적녹색맹

적녹색맹이 있는 사람은 사과가 푸른 지 붉은 지 분간하지 못합니다. 시세포를 주관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 경우, 색을 분간하는 메카니즘에 문제가 생기게 되죠. 다행인 점은 청과 코너에서 사과를 종류별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6. 짧은 잠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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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이른 아침 벌떡 일어나는 당신은? 짧은 잠 유전자를 가진 게 분명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포함, 이 유전자를 소유한 사람은 서너 시간의 수면으로 거뜬히 일상생활을 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축복(혹은 저주)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네요. 

7. 말라리아 내성 유전자 

'열병'이라 불리는 말라리아는 주로 열대우림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입니다. 말라리아 내성 유전자를 소유한 행운의 주인공들은 끄떡 없죠. 그러나 기뻐하기는 이릅니다. 말라리아 내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낫 적혈구성 빈혈을 앓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유전병은 헤모글로빈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로 나타나며, 낫 모양으로 생긴 적혈구가 혈관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나타나는 빈혈 증상입니다. 

8. 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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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가 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턱 골격이 지금보다 훨씬 크고 넓었던, 머나먼 옛날에나 있음직한 치아니까요. 사랑니 없이 발견된 최초의 두개골은 지금으로부터 약 350,000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변이 과정이기도 합니다. 몇 백년 안에 완전히 퇴화해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요? 좁은 공간을 비집고 솟아나와 아픔을 선사하는 사랑니의 퇴화를 조용히 기다려봅니다.

지금까지 흔히 발견되는 돌연변이 현상 8가지를 살펴봤습니다. 혹시 주위에 이와 같은 유전자변이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나요? 판으로 찍은 듯 똑같은 사람만 세상에 가득하다면 영 재미없겠죠. 이참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서로 다른 점을 살펴보고 나만의 특징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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