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버린 콘택트 렌즈, 해양 오염의 '주범'

사용한 콘택트렌즈를 변기에 버리신 적이 있습니까? "항상 버리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시는 분은, 지금 당장 이 기사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작년 8월 20일,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ASU)의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에서 변기나 배수구에 버린 콘택트렌즈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롤프 할덴(Rolf Halden) 박사는 콘택트렌즈의 포장재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총량이 미국에서만 칫솔 4억 개 분량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화장실이나 배수구에 버려지는 콘택트렌즈가 "심각한 환경오염 물질"이라며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할덴에 의하면, 매년 수십 억 개의 콘택트렌즈가 미국 하수구에 유입된다고 합니다. 이를 무게로 계산하면 자그마치 연간 2만 킬로그램(kg)에 달하는 콘택트렌즈가 하수구를 떠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하수에 흘러들어 가는 콘택트렌즈가 아니라 그 뒤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ASU의 연구팀은 변기나 배수구로 흘려보낸 콘택트렌즈를 하수처리장까지 추적한 결과, 렌즈는 산산조각이 나지만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연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렌즈가 산산조각으로 나뉘면서 생긴 플라스틱 입자는 바다로 가거나 하수 토양의 일부가 됩니다. 이 토양은 농경지의 비료로 쓰일 수도 있는데, 이 비료에 섞인 플라스틱 입자는 세월을 거쳐 토양에서 분리되어 결국은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 가게 됩니다.

Twitter/Yahoo

미세 플라스틱(마이크로 플라스틱)은 바다에 있는 작은 물고기나 플랑크톤이 먹이로 착각하고 먹기 쉽습니다. 물고기의 위에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잘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인 참치나 상어 등 대형 물고기의 몸에까지 남아있습니다. 심지어, 참치 등을 먹는 우리의 식탁 위에 마저 올라오게 됩니다. 석유가 원료인 미세 플라스틱은 기름에 녹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유해 성분이 섞이기 쉽고, 이미 먹이사슬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그 성분이 강해진 터라 결과적으로 인간이 자신이 버린 미세 플라스틱을 더욱 좋지 않은 방법으로 먹는 꼴입니다.

지난 201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시력 교정을 위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무려 55%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중 단 몇 %의 사람만이라도 콘택트렌즈를 변기나 배수구에 생각 없이 버린다면, 한국에서만 따져도 무시무시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유입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말에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라는 관용구가 있습니다만, 콘택트렌즈는 물에 흘러들어 가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콘택트렌즈는 가정용 플라스틱 분리수거 통에 버렸다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의 분리수거 규칙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근처 아는 사람이나 친구가 변기에 렌즈를 버린다면, 꼭 이 기사를 공유해 환경 보호에 함께 힘쓰자 말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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