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 키메라? 인간 장기를 배양하는 동물들

신화나 판타지 소설, 영화에는 반인반수 생명체가 등장합니다. 미노타우르스, 하르피이아, 인어 등,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긴 했죠.

이제 반인반수를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지난 3월, 일본 문무과학성은 동물과 인간의 유전자를 합친 배아 세포를 동물의 자궁에서 배양할 수 있도록 연구지침을 개정했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장기를 동물의 체내에 배양하는 게 그 주목적입니다. 우리나라 건국대학교에서도 지난 5월에 돼지 몸에서 인간 장기를 배양하는 실험을 승인받았습니다.

이런 연구를 허가한 나라가 많지 않다 보니, 윤리 문제 등 여러 모로 과학자들의 근심과 걱정을 사고 있습니다. 독일의 사민당(사회민주주의당, Social Democratic Party of Germany) 정치인이자 하버드 교수인 칼 라우터바흐(Karl Lauterbach)는 일본 정부의 결정을 "윤리적으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인간과 동물 종의 경계를 무너뜨려서는 안 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Patricia Piccinini’s Curious imaginings. Vancouver Biennale

Symbolbild (Kunstwerk von Patricia Piccinini)

한편, 이 도전적인 실험 연구에 적극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새 장기를 필요로 하는 불치병 환자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니까요.

이 연구가 왜 문제가 되는지 그 원인과 주요 쟁점을 짚어보도록 합시다.

Q. 장기를 이식받아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수가 27,500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장기 기증 수는 그보다 훨씬 적어 약 2,500 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단순 계산을 해보더라도 전체 환자 중 약 9% 밖에 장기를 기증받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장기이식 대기자의 수는 조금씩 늘어나는데, 기증자 수는 매해 큰 변함이 없습니다 (매해 평균 약 2,450명). 기증이 들어오더라도 환자의 몸에 100% 맞을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의사들은 매일 죽어가는 환자를 보면서 어디서 장기를 따로 구할 방법은 없을까 극심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Organ transplant

Q. 이번 유전자 조합 실험이 기존의 생체 실험과는 어떻게 다를까?

이종간 유전자 조합 연구는 이전부터 성행해왔습니다. 종마(種馬)와 당나귀의 세포를 합쳐 태어난 종, 노새는 다들 알고 계시죠. 라이거(Liger)는 호랑이와 사자의 유전자를 합쳐서 만든 종입니다. 우리나라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래와 돌고래를 이종 교배한 월핀(Wolphine)이라는 종도 있습니다. 1920년대 구 소련은 원숭이와 인간의 유전자를 합쳐보려고 했다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키메라(인공 이종교배를 통해 생긴 종을 이르는 말)'와 이번에 승인된 연구는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 이 연구를 지휘하고 있는 생물학자 히로미츠 나카우치 박사는 동물의 겉모습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속에 인간 장기를 배양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연구도 이와 동일합니다. 외양은 평범한 돼지이나 속에는 인간과 같은 장기를 갖고 있는 키메라죠. 기존 연구의 키메라와 같이 유전자 자체가 섞이진 않습니다.

이런 장기 배양 연구가 시행된 적은 역사적으로도 몇 번 있었습니다. 지난 1984년에 이와 비슷한 연구가 실제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2013년에는 이 연구와 유사하게도, 한 연구팀이 쥐의 뇌에 인간 유전자를 이식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실험군 쥐는 통제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지능 수준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가 유독 여러 학자들에게 비난을 받는 이유는 인간의 세포가 포함된 배아를 이식해 단순히 '성장'시키고 장기를 다시 채취하기 위해 동물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실험이 성공을 거둔다면 동물 내 배양되는 인간 장기의 수도 장차 늘릴지도 모르고, 그러면 동물 내 인간 유전자 비율이 높아질 겁니다. 어쩌면 인간 유전자가 동물의 뇌까지도 침투해 높은 지능을 갖거나 감정 표현을 풍부하게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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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실험 찬성론자 입장

찬성론자는 다음의 두 가지 주장을 내세웁니다. 첫 번째로, 키메라 수술은 의학적으로 빈번히 거행되었던 수술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기증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원리적으로 봤을 땐 키메라입니다. 그걸 동물에 이식한다고 해서 다를 건 없겠죠.

두 번째로, 동물을 고기로 쓰는 것과 장기 배양체로 이용하는 것 모두 동물의 목숨을 앗는다는 점에서 결과론적으로 똑같습니다. 동물을 죽이고 고기를 취하는 육식과 동물 안에 장기를 키우고 그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 사이에 결과만 두고 봤을 때 무슨 차이가 있냐는 주장입니다. 연구진이 실험 시 동물이 인간의 지능을 보유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기만 하면 된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독일 연구 윤리 위원회의 의장인 피터 다브록 박사(Petere Dabrock)는, "(일본의) 연구진도 모든 실험 절차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며, 외부에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면 괜찮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전자 실험 반대론자 입장

하지만 반대론자의 주장도 만만치 않게 논리적입니다. 먼저, 이 실험에는 근본적으로 도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키메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배아 줄기 세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줄기 세포는 인간의 배아에서만 채취할 수 있습니다. 배아는 태아로 발달하기 전 단계의 세포이기 때문에, 한 마리의 키메라를 만들기 위해 잠재적인 인간의 생명까지도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또, 전체 과정에서 인간의 특질이 동물에게 발달할 가능성을 깨끗하게 배제하지 못합니다. 현재 의학으로는 인간의 세포가 동물 신체의 어디에 자리를 잡아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키메라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유전자 체계가 비슷한 동물일수록 줄기 세포 이식 시 새로운 종으로 변이 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독일 영장류 연구 센터의 뤼디거 베르 박사(Rüdiger Behr)는 키메라는 단순히 인간 장기를 배양하는 것을 넘어 신종 생명체(예: 노새, 라이거 등)로 진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위험이 낮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그는 권고합니다.

Patricia Piccinini

이미지 사진 (Patricia Piccinini 작)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천만 명의 목숨을 구하는 기발한 연구인가요, 아니면 동물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비윤리적인 연구인가요?

연구 내용과는 별개로 인간의 지능을 가진 동물 키메라는 뭐라고 분류해야 할지도 궁금해집니다. 인간과 똑같은 지능을 가졌으니 인간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니면 여전히 몸은 동물이니 동물로 구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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