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추억이 독이 되는 5가지 사례

17세기 말, 스위스에서 박사 과정을 하던 학생이 기묘한 질환을 발견했습니다. 주로 해외에 파견된 용병들이 소방울 소리를 듣는 순간, 이 병증을 경험하곤 했는데요. 그는 이 질환에 향수병이라는 의미의 '노스탤지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늘날에는 향수를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죠. 하지만 과거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은 비난을 받습니다. "옛날에는 뭐든지 다 좋았다고? 그걸 누가 믿어!" 

반면 작가인 장 폴은 "기억은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유일한 낙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사실일까요? 아름다운 추억이란 소중히 간직해야 할 보물일까요, 아니면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까요? 

Photos from Dad

노스탤지어는 그리 단순한 감정이 아닙니다. 우리가 과거의 기억을 상실로 생각하는지 혹은 인생의 자산으로 여기는지, 그리고 우리가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는지 혹은 복구를 시도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몇몇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향수에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기분이 우울할 때, 추억을 떠올리면 위안이 되죠. 이런 그리운 감정이 일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기도 합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면, 현재의 인생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그럼 사람들은 만족감을 느끼고 불안이 누그러지죠. 

그래서 '나 때는 말이야' 정서에 기반한 복고가 다시 인기를 얻습니다. 특히 개인의 삶이 불안하거나 사회적인 격변기를 거칠 때는 더욱 그렇죠. 코로나 사태로 불안한 이 시국에, 90년대 가수들이 차트를 점령하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위안을 얻으려는 우리 나름의 노력인 거죠. 

All sorts of things: The GDR store

그럼 온라인 탑골공원에만 머무르면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부터 아름다운 추억이 오히려 독이 되는 5가지 경우를 알려 드릴게요. 

1. 사랑  

이런 격언이 있죠. "시금치와 옛 사랑은 다시 데우지 마라." 시금치는 비타민이 파괴되는 게 문제라지만, 사랑은 왜 안 된다는 걸까요? 어릴 때 만나다 헤어졌던 연인이 몇 년 뒤 다시 만나면,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서로가 공유하는 추억이, 더 튼튼한 관계의 기반이 되니까요. 

하지만 섣불리 옛 연인을 찾아 나서지는 마세요! 인터넷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로맨틱한 충동에 이끌려 옛 연인을 찾아냅니다. 메일이 오가고, 실제로 만나면서 과거가 다시 깨어나죠. 문제는, 과거의 관계가 미화되면서 현실의 관계는 퇴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과거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죠. 결혼생활 전문 상담가들은, 이런 식으로 현재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Mom's Collection

2. 광고 

광고업계는 사람들이 과거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집중 공략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은 물건을 맞닦뜨리면 그때부터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죠. 다른 판매 전략과 달리, 일단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성공하면 이성의 스위치는 내려갑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코카콜라의 '대박'입니다. 코카콜라는 곡선미를 뽐내는 옛날 유리 병을 다시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판매량을 2배로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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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치 

정치인들은 표를 받기 위해서, 언제나 과거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창작이 아닙니다. 앞서 빌 클린턴(1991)과 로널드 레이건(1980) 전 대통령들도 같은 슬로건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죠.  

하지만 향수를 기반으로 한 정치는, 필연적으로 문제를 야기합니다. 전통적인 가치와 '우리가 함께 이룩한 성취'라는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이상화된 과거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니까요.

연구에 따르면, 향수가 심한 사람들이 특히 과거 포퓰리즘에 쉽게 넘어간다고 합니다. 안정을 찾으려는 절박한 열망 때문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과거에 기반해 미화하고 외부로부터 차단하려는 거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불안의 진짜 원인을 파고들 수가 없습니다. 

Kahlenberg 1683 Memorial Parade

4. 성격 

향수의 긍정적인 효과를 조망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특정한 기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시로 되새기고 의미를 부여해 재창조한 기억이죠. 하지만 세상에는 습관적으로 향수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단절된 듯한 고립감을 느낍니다. 

'향수 중독자'들은 언제나 이상적인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지만, 정작 과거를 떠올려도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과거가 이미 흘러갔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할 뿐이죠. 그들은 사회 발전의 주체가 되는 대신 과거에만 머무를 뿐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사회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Dad Auditioning For Grumpy Old Men

5. 시련 

인생을 살면서 유독 가혹한 시련을 겪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 혹은 소중한 관계가 인생에서 통째로 뜯겨 나가는 아픔을 겪는 거죠. '좋았던 시절'에서 밀려났다는 느낌을 받는 4번 유형의 사람들과 달리, 이들은 상실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갑니다. 인생을 돌아보면 덧없는 순간들이 가차없이 흘러갈 뿐이었고, 새로운 만남도 결국 이별로 귀결됩니다. 

이런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추억으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지만, 이들에게는 현실을 마비시키는 마취약에 불과합니다. 

Tears

추억은 두 얼굴을 갖습니다. 우리는 추억을 통해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봅니다. 예전에는 내가 무엇을 중시했는지, 지금 나는 전과 비교해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등이죠. 추억은 우리가 불안정한 시기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옛날 앨범을 들춰보고, 옛날에 좋아했던 장난감을 사고, 90년대 노래를 듣는 건 바로 현재의 자신을 위한 거죠.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과거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사실 과거는 지금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완벽하지 않았다는 거, 다들 아시잖아요. 과거를 통해 현재의 나 자신을 파악하는 건 괜찮은 접근이지만, 과거에 휩쓸려서는 안 됩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에 비하면 과거 따위는 아무 힘도 없으니까요. 

Thumbnails:  © Flickr / Keith Parker  © Flickr / Sarah-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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