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와 대화할 때 꺼내면 안되는 말 10가지

암 진단을 받게 되면,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몸도 아프지만, 심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에 놓인 환자를 제삼자가 잘 이해하기란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일이 가끔 발생합니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은 생각합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환자 본인에게는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먼저, 허울 좋은 말로 위로를 해주기보다는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게 좋습니다. 얼마 전 독일 온라인 커뮤니티인 크랩스 컴퍼스에는 암 환자 이용자들이 실제로 들어본 '어색한 위로'나 '상처되는 말'이 올라왔습니다. 아래에 소개된 예시를 통해, 환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1. "넌 강하잖아, 할 수 있어."

암 확진을 받은 사람에게 많은 이가 건네는 위로 중 하나입니다. 환자가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없애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하는 말입니다. 좋은 마음에서 하는 말일지라도, 이런 표현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됩니다. 특히 초기가 아닌 많이 진행된 말기 환자에게는요. 긍정적인 태도도 좋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런 어수룩한 위로를 건넸다간 환자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주기만 합니다. 암 환자는 언제나 강하지 않습니다. 암과의 싸움에 지쳐, 가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난 암 환자지만, 나도 당신과 똑같이 연약한 사람일 뿐이다."라고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말했습니다. 이런 듣기만 좋은 위로 대신, 가족이나 친구들은 보다 환자의 기분에 공감하는 표현을 쓰는 게 좋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내가 곁에 있어줄게."

Out of Surgery

2. "걱정하지 마, 그거 내가 해줄게."

암이 생기면, 몸에 힘이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환자가 도움을 원치도 않았는데 먼저 돕거나 하지는 마세요. 암 환자 대부분이 병 때문에 큰 자존감 상실을 겪습니다. 한 가족을 열심히 이끌던 할머니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사실 수 없는 경우나, 슈퍼맨 같았던 아빠가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하는 경우 등 사회적 역할이 컸던 사람이 큰 병을 짊어지게 되면 자존심이 많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에는 가족이나 회사를 이끌던 자신이, 이제는 짐짝처럼 느껴지죠.

무슨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환자가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알아서 하도록 두는 게 좋습니다.

Grandpa helps Wesley dish up Thanksgiving food

3. "더 나쁘진 않아서 다행이잖아."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신체 일부를 제거하지 않았다고 해서 '심각하지 않은' 암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고, 환자가 느끼는 고통도 적을 거라 예상하는 건 옳지 않죠. 암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신체적 부작용이나 심리적 고통까지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공포나 남은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 등도 병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Tomas Krebs

4. "와, 너는 정말 건강하게 살았는데도 이런 일이 생기네."

이미 암 확진을 받았는데, 왜 암이 생겼냐고 묻는 건 전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환자 본인에게 병의 책임을 지우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 귀에는 그렇게 들린답니다.

 대부분의 경우, 암이 발병하는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합니다. 암이 생겼는데 원인을 알아봤자 뭐하겠습니까. 암 환자에게는 과거의 일은 잊고,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려는 태도가 더욱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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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울하게 있지 마, 긍정적으로 살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혹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등은 암 환자들을 공격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환자의 상황을 겪어본 적도 없는 사람은 모른다, 매일 같이 한계를 겪으며 살아가는 환자들이 어떻게 항상 긍정적으로만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고 어느 환자는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자세는 환자 개인의 웰빙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강요된 '낙관주의'는 부담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환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거나 감추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설사, 병이 더 심각해진다고 해도 환자의 곁에 있어주세요. 환자가 정신을 차려야 할 때 옆에서 응원해주세요. 환자가 펑펑 울고 싶어 할 땐 어깨를 내어줍시다. 가끔은 환자 자신이 스스로를 가엾게 여겨도 괜찮습니다.

barb & me

6. "내가 아는 암 환자는 더 심했어."

다른 암 환자와 비교하지 마세요, 환자에게 더 큰 마음의 짐을 지울 뿐입니다. "내가 모르는 새에 '누가누가 더 아프나' 대회에라도 참전하게 된 걸까?"라고 한 암 환자는 커뮤니티에 적었습니다.

Talk of the day.. Brexit?

7.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암 환자와 대화한다고 해서, 늘 암이나 기타 질병에 관한 이야기만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만약 청자가 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싫어하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보세요. 엊그제 느닷없이 고장 난 차, 막내가 학교에서 사고 친 일, 회사 업무 스트레스 등 대화 주제는 많지 않습니까! 옛날에 작은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서 함께 떠들었을 때처럼,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워봅시다.

Escape hospital to the pub!

8. "우리 고모는 겨우살이를 먹고 암이 나았다더라."

같은 하늘 아래 완전히 똑같은 암은 없습니다. 그래서 무서운 병이기도 하고, 치료법을 고안해내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암 환자들은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암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이 경우, 주변에 있는 암 환자의 사연이나 대안 치료법을 접하게 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아 실질적인 효능이 없다면,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됩니다.

만약 환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만하거나 환자가 관심 있어할 정보를 알고 있다면, 조사를 도와주겠다고 권유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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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뼈가 노쇠해진대."

진짜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는, 크고 작은 부작용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의 '똑똑한' 충고나 의심은 환자 본인에겐 그다지 필요 없습니다. 환자가 직접 내리는 결정을 존중합시다.

Sweet Love - 73 years of marriage! She's 93 ♡ He's 95!

10. "너 전혀 암 환자였던 사람처럼 안 보여!"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지만, 이 표현은 내 심기에 거슬린다. '네가 아팠다고?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어느 암 환자가 커뮤니티에 남긴 글입니다. 암과 같이 심각환 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나중에 악성 종양을 제거하고 완치에 성공하더라도, 환자들은 여전히 불안과 걱정 속에서 살아갑니다. 치료가 끝난 뒤 첫 몇 달 중에 암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힘든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장기적인 신체 손상이나 심리적 상처를 입은 환자도 종종 있습니다.

암이 완치되었다면, 환자와 함께 기뻐합시다.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기란 무척 힘든 일이니, 주위 사람도 이해하고 포용해주려 노력해야 합니다.

Lise Dua / Résidence: Rodchenko School of Photography and Multimedia Art, Moscou, Russie

크랩스 컴퍼스 커뮤니티의 많은 이용자들은, 위의 표현들을 암 환자에게 생각 없이 사용했던 지난날을 반성해야 했습니다. 한 여성은 '해선 안 되는 말'이 적힌 빙고판을 병실 침대 위에 걸어두었답니다. 이걸 보면 방문하는 사람도 전보다 말을 더 조심할 수 있게 되겠죠! 가장 중요한 건, 환자를 겉으로 위하는 척만 하지 않고 진정으로 보살펴주는 겁니다. "우리 같이 꼭 이겨내자", 별것 아닌 말처럼 들리지만 큰 위로가 되는 한 마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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