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양인에게는 '정상'이었던 '크레이지한' 풍습 12

전통과 관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법이다.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지금 우리의 삶은 옛날 방식과는 상당 부분 달라졌다. 하지만 꼭 옛날 사람들이 우리보다 훨씬 고리타분하고 스릴 없는 유행을 즐겼을 거란 편견은 버리자. 아래를 보면 이보다 더 스릴 넘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크레이지한' 옛 유럽 풍습 12가지를 소개한다.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조금 포함되어 있으니 간이 큰 사람(!)만 스크롤을 내리시기를!

1. 초핀 (Chopine)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여성들이 자주 신던 하이힐의 일종이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귀족 사이에서 특히 유행하던 신발이다. 스페인에서 흔했던 초핀 스타일은 코르크 창을 10cm 높이로 댄 뒤 아주 부드러운 염소 가죽을 씌운 신발이었다. 한편 이탈리아 스타일의 코르크 굽은 25~74cm에 달했다. 끈과 겉가죽은 양단이나 융단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당시 이 신발을 신었던 귀족은 하인의 도움 없이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초핀은 더러운 오물이나 진흙이 발에 묻는 걸 피하는 동시에 키도 더욱 크고 날씬해 보이려는 목적으로 발명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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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 자명종

18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져온 전통 '모닝콜'이다. 인간 자명종은 아침 일찍 일과를 시작하는 공장 노동자를 깨우기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거리로 나섰다. 깨우는 방법도 독특했다. 나뭇가지로 집 창문을 두드리거나, 핀 파이프에 콩을 넣고 창문에 불어 쏘기도 했다고. 이렇게 하면 거리를 소란스럽게 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들을 무사히 깨울 수 있었단다. 여기서 잠깐, 이 인간 자명종을 깨워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사람마다 달랐겠지만 인간 자명종 임무를 맡은 사람은 밤을 꼴딱 새웠다가 일이 끝난 뒤에나 잠에 들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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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아용 원피스

16세기부터 1920년대까지 서양의 남자아이는 원피스를 입고 자랐다. 옷값이 비싸서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옷을 새로 사주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원피스를 사서 조금씩 천을 덧대어 입으면 굳이 옷을 살 필요가 없었다. 빈민뿐만 아니라 귀족, 왕족도 남아에게 원피스를 입혀 키웠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아들 알렉시(가장 오른쪽)도 누이들과 유사한 형태의 원피스를 입고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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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결한 위생

중세시대엔 '청결'이라는 단어에 종교적인 함의가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물이 전염병을 옮긴다고 믿었으며, 쌀알처럼 생긴 벌레 이는 '신의 진주'라고 불렀다. 자연스럽게 물은 멀리하고 벌레는 가까이하는 게 미덕이라고 착각하던 시절이었다. 귀족의 위생 수준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위험한 물로 목욕을 할 바에는 차라리 몸에 파우더를 바르고 향수를 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카스티아의 여왕 이사벨 1세는 일생 동안 물을 몸에 댄 적이 출생 직후와 결혼식 직전, 단 2번뿐이었다. 이사벨 1세는 개인적으로 이를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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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관장은 담배 연기로

아프리카 대륙이 서양인들에게 발견된 후 담배가 유럽에 수입되어 큰 인기를 모았다. 담배 연기를 많이 맡으면 배변이 활발해지는데, 18세기 유럽인들은 변과 함께 병균도 배출된다고 믿었다. 가벼운 병뿐만 아니라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사람에게까지도 연기를 맡게 하는 등의 황당한 담배 관련 의술이 유행했다. 솟구치는 담배의 인기만큼 불평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흡연자는 두통, 복통을 느끼거나 심지어 정신을 잃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 위험한 민간요법은 19세기에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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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간질에는 검투사의 피가 특효

고대 유럽 검투사는 전투 전 피를 조금 흘려 제물로 바치는 풍습을 따랐다. 어느 국가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이 피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으며 마법과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검투사의 피를 마시면 간질 치료에 탁월하다고 믿었다. 당시 간질은 치료할 수 없는 '악마'의 병이라고 여겨졌고, 환자들은 마법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400년대에 검투 경기를 법적으로 금지하자, 처형당한 사람의 피를 기적의 치료제로 쓰기 시작했다. 야만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20세기 초반까지도 이어져 온 민간 풍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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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헤로인은 기침약

약 100년 전 유럽에서 헤로인은 모르핀을 대체하는 무해한 약으로 여겨졌다. 약국에서 감기약으로 팔았고 기침이나 두통 등을 줄여준다고 하여 아이들에게도 먹였다. 1920년대, 섭취한 헤로인이 간에서 모르핀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복용이 금지되었다. 독일에서는 1971년까지도 헤로인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 1940년대까지는 대표적인 헤로인성 감기약 크리스탈 메스(Crystal Meth)를 시중에서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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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내 흡연

60년 전까지만 해도 비행기 내에서 흡연을 할 수 있었다. 당시 흡연은 지금과 같이 건강에 해로운 이미지가 아니었다. 흡연자들이 비행하는 동안 굳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다른 승객들이나 승무원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요즘에는 비행기에서는 금연이 원칙이지만, 이란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담배를 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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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영 마차

19세기 사람들은 바닷물에 자유롭게 몸을 담그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어찌나 신경 썼는지, 작은 마차처럼 생긴 컨테이너를 바닷물에 주차하고 놀았다. 전신 수영복을 입은 해수욕객은 이 마차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물에 들어가 놀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성의 수영 마차 구역은 남성 구역과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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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화장지 대신 돌

화장지는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그동안 무척이나 다양한 재료를 변을 닦는 데 사용해왔다. 나뭇잎과 이삭, 코코넛 껍데기, 양모, 천(돈이 많은 사람들만), 해면, 물.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재료로 뒷일(?)을 처리했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자갈이나 도자기 조각을 화장지 대신 썼다! 딱딱하고 날카로워서 아프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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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잠은 나눠서 자기

중세시대 유럽인들은 현대인과 같이 7~8시간을 한 번에 내리자지 않았다. 당시의 수면 패턴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해질 무렵부터 한밤중까지 5시간 정도 잔다. 그리고 2~3시간 정도 일어나 깨어있다. 이 시간 동안 기도를 올리거나 독서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 이웃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새벽 일찍 깨는 게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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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진(Gin)은 약

칵테일 진토닉(Gin and Tonic)으로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알코올, 진. 이 음료의 원래 사용 목적은 유흥이 아니라 치료였다. 장내 트러블이나 소화불량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사실 그 반대였다. 진은 80% 이상이 알코올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 건강에 아주 나쁜 테레빈유와 황산 성분이 섞여있다. 게다가 맛을 보완하기 위해 설탕까지 더해져 건강에 좋기는커녕 역효과만 가져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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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소개된 옛 풍습은 이제 현대 사회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어찌 보면 다행이다. 아프다고 담배 연기를 쐬고, 헤로인이나 진을 복용했다는 상상을 해보시라. 게다가 물로 씻을 수도 없었다니... 지금 시대에 태어난 걸 고맙게 여기게 될 거다. 아무리 복고 열풍이 분다지만 이 시대로는 절대 회귀하고 싶지 않다.

소스:

Brightside

Buzz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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